어느새 가을바람이 차가워지고, 골목길 골목길마다 낙엽이 살포시 내려앉는 계절입니다. 오늘은 2통에서 골목잔치가 열렸습니다.

통장님들께서는 오늘을 위해 마음을 모아주셨습니다. 작은 잔치이지만 “우리 어르신들께 한 끼 마음껏 나눠드리고 싶다”는 그 순수한 마음이 준비의 시작이었습니다. 전, 오리훈제, 피자, 과일, 어묵탕 — 빠르게 음식들이 하나둘 테이블 위에 놓였습니다. 통장님들께서는 미리 장을 보고, 부침개 반죽을 만들고, 훈제 오리를 데우며, 피자를 배달해오고, 과일을 씻고 담고, 어묵탕 냄비를 끓였습니다. 복지사로서 제 역할은 이 과정을 함께 지켜보고, 필요한 손길을 더하고, 어르신들이 오시는 순간까지 공간을 정리하고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준비의 순간부터 이미 잔치는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통장님들의 이야기꽃이 테이블 위에서 피어나고, 냄비 뚜껑을 여는 순간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 풍경 속에서 ‘함께한다’는 마음이 저절로 차올랐습니다. 마치 골목 안의 작은 마당이 오늘 하루는 우리 마을의 온기가 모이는 장소가 된 듯했습니다.




잔치의 시작과 만남
참여자는 총 11명이었습니다.
통장님들, 그리고 어르신들. 골목에서 진행되는 잔치인만큼 장소를 찾기도 어렵습니다. 어르신들께서는 통장님들의 안내를 따라 잔치 장소로 천천히 모여 오셨습니다. “오늘 뭐 좀 있나 봐요?” 하고 살짝 궁금한 눈빛을 보내시기도 했고, “오랜만에 나왔네” 하고 옷깃을 여미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복지사로서 제가 느낀 것은, 어르신들께서 단순히 음식을 먹기 위해 오신 게 아니라 ‘사람들과 마주하고 이야기 나누기 위해’ 오신 그 마음이었습니다.
잔치는 먼저 통장님 인사로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모여서 함께 먹고, 이야기 나누면 참 좋겠어요.” 통장님 한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자 어르신들께서 미소로 화답하셨습니다. 그리고 음식이 하나둘 테이블 위에 올려지자 자연스럽게 이야기꽃이 피었습니다. 전이 노릇하게 부쳐지고, 오리훈제가 고소한 냄새를 내며 테이블 중앙에 놓였습니다. 피자는 통장님께서 미리 주문해주셨고, 과일과 어묵탕은 온기가 더해진 채 접시와 냄비에 담겼습니다.


그 순간, 어르신 한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피자를 처음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었다.”
그 말씀을 들었을 때 저도 마음 한켠이 따뜻해졌습니다. 어르신들께서 평소 접하기 어려우셨던 음식을 맛보시고 기뻐하시는 그 장면이 잔치의 의미를 고스란히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각자 접시를 들고 자리를 잡으시고, 음식을 나누며 옆사람과 인사를 건네고, “이 반죽이 참 맛있네”, “오리훈제는 이렇게 구워서 먹으면 참 좋지” 하며 소소하게 웃음이 퍼졌습니다. 그리고 과일을 깎아드리며 “이거 하나 더 드릴까요?” 하고 묻는 통장님들의 손길이 어르신들께는 그저 음식 이상으로 다가왔습니다.

음식과 이야기, 그리고 관계
음식이 단순한 식사를 넘어 ‘관계’가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오늘은 바로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전을 한 장 한 장 부치는 동안 통장님들은 자그마한 이야기들을 꺼내셨고, 어르신들께서는 “요새 어쩌고저쩌고…” 하고 마을 안팎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복지사로서 저는 그 이야기들 사이사이에 작은 손길을 더했습니다.
특히 어묵탕이 인상 깊었습니다. 한 냄비 가득 끓여져 올라오자 수증기가 올라오며 자리 전체에 온기가 번졌습니다. “이거 국물 끝내주네” 하며 어르신들께서 웃으실 때, 통장님들께서는 “추운 날엔 따뜻한 국물이 제일이지요” 하고 담담히 답하셨습니다. 어르신들께서는 반찬 하나하나 맛을 보며, “이렇게 많이 준비해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으셨고, 통장님들께서는 “한번 같이 먹으면 즐겁잖아요” 하고 웃으셨습니다.
이날 음식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앞서 한 어르신이 “피자를 처음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었다”는 말씀을 하셨고, 그 말에 옆 어르신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한 조각 더 먹어볼까” 하고 웃으셨습니다. 피자 한 조각에 담긴 새로운 경험이, 이 분들에게는 작은 기쁨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가능하도록 통장님들이 함께 힘을 모아주신 것에 저 역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잔치 마무리 즈음, 한 어르신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복지관 덕에 어르신들과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다.”
이 한마디가 오늘의 순간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저희 복지사가 계획하고 준비한 시간이었지만, 결국은 마을 주민들이 서로 연결되고, 한 끼 밥상 위에서 삶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는 뜻이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자주 마련하고 싶습니다. 더 많은 어르신들, 더 많은 이웃들과 함께 손잡고 나눌 수 있는 마을잔치를요. 통장님들과 함께 더 좋은 시간을 기획하고, 어르신들이 “오늘 참 좋았다” 하고 돌아가시는 그 모습을 보며 제가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어르신들께서 다시 말씀하시면 좋겠습니다.
“다음엔 우리 손녀·손자가 왔으면 좋겠다.”
그런 바람이 자연스럽게 나눠지는 마을이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이 자리를 위해 애써주신 통장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작은 골목잔치가 마을 안에서 ‘따뜻한 기억’으로 남길 바라며, 앞으로도 복지관은 그 기억이 이어지도록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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