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매직이란 말이 있죠.
정말 마법처럼 처서가 지나니 아침, 밤에는 조금 숨을 쉴 수 있는 그런 날 올해 세 번째 골목잔치가 열렸습니다.
정성과 관계의 시작점
약속 장소로 가는 중 저 멀리서 통장님 네 분이 서서 저를 기다리셨습니다. 네 분의 통장님이 정말 든든하더라구요.
이번 골목잔치를 준비하시는 4통의 송영주 통장님을 비롯하여 통장님들은 제일시장에서 재료를 고르며 지역의 신선함을 하나하나 챙겼습니다.
한 통장님은 "더불어 사는 거야, 아파트는 이렇게 안 돼"라며, 공동체의 힘과 소소한 일상이 모이는 공간의 가치를 강조하셨습니다. 이 말은 아파트라는 익명적인 공간에서는 느끼기 힘든, 이웃 간의 정을 복되게 이어가는 골목잔치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했습니다.
김치전과 피자, 세대를 잇는 맛의 아우라
이번 골목잔치에는 통장님 4분과 어르신 8분을 수용할 수 있는 집을 빌려 잔치를 열 수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이 오시기 전 송영주 통장님네 김치를 넣어 김치전을 부쳤습니다. 가스레인지 위에는 김치전의 고소한 향이 피어올랐고, 곧이어 피자가 배달되어 등장했습니다. 두 음식은 세대를 아우르는 매개체였습니다. 김치전은 고향의 맛을 떠오르게 하며 어르신들에게는 추억을, 젊은 주민들에게는 전통을 이어받는 감각을 전했습니다. 피자는 세련된 현대적 취향을 반영하며 젊은 세대와의 연결 고리가 되어 주었죠. 이렇게 전통과 현대, 세대와 세대가 공존하는 순간이 펼쳐졌습니다.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수의 참석자였지만, 깊은 마음의 교류가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의 비결 같은 말씀이 오고 가고, 통장님들의 경험담이 잔잔히 퍼졌으며, 젊은 주민들의 이야기도 더해졌습니다. 음식은 그저 시작일 뿐, 진짜 잔치는 서로를 알아가는 대화와 웃음 속에서 완성되었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힘: 지역 공동체의 미래
행사가 마무리될 무렵, 참가자들은 작은 정성의 접시를 서로 나누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음에도 꼭 모이고 싶어요.” 이 한마디가 골목잔치의 진정한 의미였습니다. 소소한 일상이 만들어갈 공동체,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서로를 챙기고 돌아보는 이웃, 그것이 바로 골목잔치가 가진 힘입니다. 주민들이 모이고, 이웃 간의 정을 돈독히 이어주는 촉매제 역할을 했습니다. 이러한 행사들이 계속될수록, 우리 마을은 더 따뜻한 공동체로 성장할 것입니다.
마무리
고강종합사회복지관에서 펼쳐진 올해 세 번째 골목잔치는, 김치전과 피자, 그리고 따뜻한 대화 속에서 세대 간, 주민 간의 유대를 다시 확인한 자리였습니다. 이런 자리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공동체를 구성하는 마음들이 모여 꽃피는 장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잔치들이 계속될수록, 고강의 골목들은 더 풍요롭고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공간이 될 것입니다.
* 주인 없는 집을 선뜻 빌려주신 천옥경 선생님과 네 분의 통장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김선영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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