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할 어르신 초대하기
골목 잔치 당일입니다. 최0자 어르신 댁에서 만나 함께 요리 만들고, 음식 나누기로 약속 했습니다.
어르신 댁으로 향하는 길에 김0애 어르신을 모시러 갑니다. 올해 초 배우자와 사별한 뒤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다고 하셨습니다. 골목잔치를 통해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이웃을 소개하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최0자 어르신 댁까지 함께 걸으며 고강동에서 다른 어르신 댁에 놀러 가보신 적이 있는지 여쭤봤습니다.
“아뇨~ 없어요. 이 동네 이사온 지 5년쯤 됐는데 아직 한 번도 없네요. 오늘이 처음이에요.”
이런저런 대화 나누는 사이 금새 어르신 댁에 도착했습니다. 현관문을 열기 전부터 정겨운 대화 소리가 들립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잘 오셨다고 하시며 어르신을 반겨주십니다. 인사 나누고 본격적으로 요리를 준비합니다.
요리하기
먼저 잡채와 야채전을 만들기 위해 버섯, 당근, 양파 등의 야채를 손질 합니다. 다듬어야 할 재료가 많은 것을 보신 두 어르신도 팔을 걷어 붙이고 나란히 앉아 재료를 손질하시며 이야기 나눕니다.
“우리 남편이 잡채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예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잡채를 먹고 싶다고 해서 자주 만들었는데
혼자 된 후로는 처음으로 만들어보네요.”
사별하신 뒤로 꼭 나가야 할 일이 없을 때는 바깥 출입을 자제하셨다는 김0애 어르신이 속에 담아놓은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보니 오늘 초대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 이야기 나누며 준비하는 중에 박은주 봉사자님이 전화를 받으시고 바깥에 잠깐 나가보자고 하십니다. 함께 나가며 무슨 일인지 여쭤봤습니다.마을에서 골목잔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단체 대화방에 공유했더니 친구 한 분이 준비 과정을 돕고 싶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너무 의미 있는 활동을 하시는 것 같아 조금이나마 돕고 싶은 마음에 왔어요~!”
김영희님께서는 함께 음식을 만드는 활동을 도와주시는 것 외에도 소화 기능이 약한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하시면서 간편식품을 후원해주셨습니다. 감사 인사와 함께 필요한 분들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일손이 늘자 준비가 빨라집니다. 금새 야채를 다듬고, 반죽을 완성했습니다. 큰 양푼 그릇을 가득 채운 반죽을 보니 잔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실감이 납니다. 실내에서 모든 요리를 할 수 없어 밖으로 나와 전을 부칩니다.
후라이팬에 기름을 붓고 있는데 김0애 어르신께서 맛있는 전을 만드는 비법 두 가지를 알려 주십니다.
“보통 집에서 할 때는 기름을 적게 하는데 그러면 맛이 없더라고.
기름을 많이 넣어서 튀김 요리 하는 것처럼 부쳐야 맛있어.
그리고 반죽에서 밀가루 냄새가 날 때는 참기름을 조금 넣으면 감쪽같아~!”
알려주신대로 전을 부치고 있을 때 어르신께서 기름 냄새를 풍겼으니 넉넉히 부쳐서 이웃들에게 나눠주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맛있는 음식을 이웃과 함께 나누고 싶어하는 어르신의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풍성한 한 상이 차려졌습니다. 바깥에서 전 부치는 모습을 구경하시던 김0열 어르신도 이웃 분들의 초대를 받아 함께 해 주셨습니다. 차려진 음식을 함께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음식 얘기, 살아온 이야기, 최근의 근황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 나누던 중 한 어르신께서 오늘 함께 해서 좋았던 점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사회복지사 선생이 누구를 소개시켜준다고 하길래
가까운 데 사는 영감을 소개시켜준다고 하는 줄 알았어요.
만나서 거절하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이웃을 만나는 자리였네요.
덕분에 일주일 동안 할 말을 오늘 다 했어요."
그 이야기를 들은 어르신께서 “우리는 요 앞 의자에 자주 앉아 있으니까 심심하면 와서 같이 이야기 나누고 그래요”라고 하십니다.
오늘 잔치를 통해 얼굴을 익혔고, 많은 대화 나누었으니 골목잔치가 관계 쌓는 데 필요한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한 것 같습니다.
평가와 계획
주도적으로 골목잔치를 준비해 주신 김현주, 박은주님과 활동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복지관에서 먼저 제안해 주신 덕분에 이웃들과 정을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전이나 부치려고 했었는데 잘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 점점 많은 것을 준비하게 됐어요.
힘들었지만 어르신들 모시고 잔치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다음 번 골목잔치가 더 잘 치뤄지기 위해 개선 해야할 내용도 이야기해주십니다.
“준비할 양이 많아지다보니까 어르신들을 초대한 시간보다 늦게 진행된 점이 아쉬워요. 다음번에는 좀 더 미리 준비해서 시간을 맞춰야 할 것 같아요.
“맞아요. 근데 그러려면 이번보다는 좀 더 간단히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간단한 음식이라도 어르신들과 함께 자주 모이는 게 중요하니까요.”
평가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다음 골목잔치를 주제로 이야기 나누게 됐습니다. 오늘보다 간단히 화채, 김치전 같은 음식 하나만 준비하고 이번에 함께하지 못한 다른 어르신들을 초대하기로 했습니다.
고강1동에서 진행된 두 번째 골목잔치.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하는 과정에 많은 주민이 참여하셔서 활동의 취지를 살릴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골목잔치가 관계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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