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가 3년 묵으면 그 묵은지는 맛이 참 좋죠?
어느 사회복지사의 머리와 마음속에서 3년간 맛있게 묵힌 사업이 있습니다.
사회복지사이다보니 만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분들 중 중년, 특히 남성분들 대부분이 홀로 사시거나 이웃, 친구 없이 홀로 지내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마찬가지로 일터, 집, 직장동료가 삶의 전부였다 보니 그 흔한 동네 친구 한 명이 없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저도 마찬가지로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중장년모임 해보고 싶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만남을 이어가고 싶은 분들 한 두 분씩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한테 이야기하시는 것처럼 동네에 말 동무, 친구 한번 사귀어보면 어떨까요? 만나면 좋은 친구라잖아요.”
뭔 소리래라는 표정으로 들으시더니 한참 고민하십니다.
그래도 나름 친하다고 신뢰하는 사회복지사의 처음으로 하는 요청이다 보니 “한번 가볼게” 하십니다.
코로나19로 모임이 망설여졌지만 그래도 한번 만남을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계속해서 뒤로 뒤로 밀면 언제 할지 모르겠다 생각해서 과감하게 실행으로 옮겼습니다.
전날까지만 해도 억수로 추웠는데 날도 도와주네요. 2월 10일 수요일 오후 드디어 첫 만남이 이뤄졌습니다.
의도치 않게 남자분들만 3분이 오셨습니다. 남자분들이라 서먹서먹할 것 같아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해 서로의 생각과 생활을 나눌 수 있게 사진으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진행하는 저의 생각만 나누려고 했지만 참여한 한 분이 "그래도 기왕 왔는데 여기 온 사람들은 그 사진을 왜 골랐는지 같이 얘기해봐요" 라고 하셔서 동의를 얻어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남자들도 수다가 있다는 것을 이때 또 한 번 깨달았습니다. 서먹함이 서로 생활과 생각 속에 공통점이 나오게 되니 자연스레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첫날의 아쉬움을 이야기하며 제가 왜 이 모임을 추진했는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저의 묵힌 한을 속 시원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우리 모여서 무슨 얘기를 할까? 앞으로 무얼해볼까? 호칭을 형님 아우로 할까?’ 진지하게 논의하여 2주 후에 또 만나기로 했습니다.
이후 2회, 3회 차 벌써 네 번의 만남이 이어졌습니다. 어느새 말씀에 발동이 걸려 3~4시간 기본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학창 시절 축구선수로 뛰었던 이야기, 사우디아라비아에 파견 근무했던 이야기, 막장이라고 부르는 탄광에서의 있었던 일, 고기잡이배 탔던 이야기, 튼튼한 대기업에서 일했던 이야기 등 엄청난 이야기의 소재가 끝이 없습니다.
이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흥미로운 대하소설을 읽는 것 같고 감동이 넘치는 슬픈 영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중장년의 모임. 저는 진행을 하면서 참여자로 함께하기에 이 시간이 엄청 기다려집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참여하시는 분들도 모임날이 기다려지길 바라봅니다..
궁금하신 분은 망설이지 말고 두드리고 오세요. 생각보다 재미있을걸요?
- 사회복지사 강정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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