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1일, 매서운 추위가 옷깃을 여미게 했지만
어르신들의 만남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한 학기 동안 배움과 웃음으로 가득했던 ‘은빛교실’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느덧 햇수로 4년이 된 은빛교실. 처음에는 코로나19로 함께 식사를 하지 못했지만, 2023년부터는 점심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되었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종강식에는 서로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골목잔치’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 “어르신들 좋아하실 텐데, 이것도 더 넣을까?”
무엇을, 얼마나 준비하면 좋을지 몰라 헤맸던 첫 해를 지나,
이제 골목잔치 준비는 늘 걱정 반, 설렘 반입니다.
준비할 것이 워낙 많아 힘에 부칠까 걱정되지만,
막상 시작하면 어르신들이 누구보다 즐겁게 참여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올해 골목잔치의 메인 메뉴는 언제나 그렇듯 노릇노릇한 ‘해물전’이었습니다. 매주 어르신들의 점심을 책임져 주시는 주방 봉사자 선생님들께서 이번에도 기꺼이 맡아주셨습니다. 사실, 마지막 날 점심 준비에 해물전까지 부쳐야 한다는 이야기에 주방 총괄 선생님께서는 처음엔 부담을 느끼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막상 시장에 도착해 장을 보기 시작하자, 선생님의 눈빛이 달라지셨습니다.
“이것도 넣으면 어르신들이 참 좋아하시겠어요. 그렇죠?”


부담감은 어느새 사라지고, 어르신들이 맛있게 드실 모습을 떠올리며 장바구니는 점점 무거워졌습니다. 성당으로 돌아와 100인분의 전 반죽을 준비하는 고된 과정 속에서도, “같이 좀 만들고 갈까요?”라는 제 물음에 봉사자님들은 손사래를 치셨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내일 봐요. 우리가 다 알아서 할게!”

🎵 노래와 박수, 그리고 감사의 인사
종강식 당일,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70여 분의 어르신들이 강당을 가득 메워주셨습니다. 흥겨운 노래교실이 끝난 뒤, 한 학기 동안 열정적으로 함께해 주신 강사님과 어르신들이 서로 감사 인사를 나누는 모습은 참으로 뭉클했습니다.


이어서 은빛교실의 숨은 영웅, 자원봉사자님들이 무대 앞으로 나오셨습니다. 어르신들은 봉사자들의 손을 잡으며 “고생 많았어요.”,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건네셨고, 봉사자님들은 “다음 학기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뵐게요.”라며 화답했습니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강당의 공기를 훈훈하게 데웠습니다.
🥢 서로의 입에 넣어주는 따뜻한 정(情)
드디어 기다리던 골목잔치가 시작되었습니다. 테이블마다 준비된 프라이팬 위로 반죽이 올라가자,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기름 냄새가 강당을 가득 채웠습니다.
“아이고, 잘 구워졌네!”, “이것 좀 먹어봐!”


여기저기서 즐거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어르신들은 본인이 드시기보다 갓 구운 뜨끈한 전을 들고 이리저리 다니시며 봉사자들의 입에 넣어주시기 바빴습니다. 땀을 흘리며 전을 부치던 한 봉사자님의 말씀처럼, 이날의 해물전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서로의 노고를 위로하고 사랑을 전하는 매개체였습니다.
🍂 어르신들의 ‘한 계절’이 갖는 무게
사실 2025년 초, 고강동성당에 많은 변화가 있어 은빛교실을 준비하며 막막함과 불안함이 컸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새로운 분들과 손발을 맞추며, 그 걱정이 기우였음을 깨달았습니다.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 덕분에 올해도 무사히, 그리고 풍성하게 은빛교실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순서를 마치고 헤어지는 길,
어르신들께 “다음 학기까지 꼭 건강하셔야 해요.”라고 당부드렸습니다.
서로 다시 만나자며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하는 어르신들을 보며 문득 ‘어르신들의 한 계절은 우리가 느끼는 한 계절과 다르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기 때문에 올해 함께한 시간이 소중하고,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기대됩니다.
내년에도 우리 어르신들과 더 알차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학장님과 함께 정성껏 준비하겠습니다.
모든 주민 여러분도 추운 겨울,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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