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부터 뜨개질을 매개로 모이는 주민 모임이 있습니다.
아직 모임의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모임원들은 각자의 사정에 따라 적게는 한 달에 두 번, 많게는 네 번까지 만나며 소중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모임은 담당자의 권유로 시작되었습니다. 이웃과 관계 맺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께서 ‘뜨개질’을 배우고 싶어 하셨고, ‘뜨개질’을 배울 수 있다면 주민 모임에 참여할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뜨개질에 재능 있는 주민을 찾아 마을 강사로 활동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고, 뜨개질을 배우고 싶어 하는 주민을 모았습니다. 모임원이 정해진 뒤에는 함께 만날 수 있는 공간을 구해 꾸준히 모임을 이어갔습니다.
8개월이 지난 지금. 모임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되어 준 어르신은 건강이 좋지 않아 모임에 참여하지 못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여전히 단체 대화방에 남아 계십니다. 간혹 소식을 알려 주시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민이 주인 되는 모임이 되어가는 과정
관계 맺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당사자를 지원하기 위해 시작된 모임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참여하지 않게 된 후로는 기관에서 예산을 지원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정을 모임원들에게 설명드린 뒤 여쭈었습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따로 회의를 하고 오셨나 싶을 정도로 모임원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였습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계속 모였으면 좋겠어요.”
“그래요. 뜨개질 배우는 것도 재밌고, 만나서 수다 떠는 것도 좋아요.”
앞으로도 꾸준히 이야기 나누며 뜨개질하고 싶다는 모임원들에게 매월 회비를 모으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전까지는 기관에서 실을 준비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어려울 것 같아요.
매월 회비를 걷으면 실 사고, 간식도 나누며 모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회비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얼마씩 모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뉩니다.
회의를 통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금액을 정해 매월 모아 모임에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돈을 걷기로 한 만큼 관리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총무는 누구에게나 부담되는 자리인 것 같습니다. 총무를 뽑아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리니 의견 내는 것에 주저함이 없던 주민들의 이야기가 멈추고, 이내 담당자에게 시선이 모입니다.
“저보다는 모임원 중에 한 분이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매주 함께할 수 없을 수도 있는데 돈 필요할 때 제가 없으면 안 되잖아요.”
한동안 대화가 이어지다가 한 분이 손을 들고 지원해 주셨습니다.
“제가 할게요. 대신 몇 달 뒤에 바빠질 수도 있어요.
그때는 다른 분께서 해 주셔야 할 수도 있어요. 정리는 잘해둘게요~”
회의 끝에 회비와 모이는 시간을 정하고, 모임 운영을 위한 역할을 나누었습니다. 그 뒤로 모임원들은 정기적으로 만나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뜨개질을 하며 소소한 즐거움을 나누고 있습니다.
담당자가 모임을 공지하는 일이 줄었습니다.
모임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돌아가며 간식을 준비합니다.
만들어 보고 싶은 물건을 주제로 단체 대화방에서 이야기 나누고, 함께 모여 강사님께 뜨개질을 배웁니다.
담당자가 주도하던 모임이 점차 주민이 주도하는 모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변화하게 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마을에서 통장 일을 경험해 본 주민이 많은 것과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을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이라는 것이 변화의 주된 이유인 것 같습니다.
나를 위한 모임
지난해에는 나보다는 마을을 위해 모였습니다. 어르신들께 수세미를 떠 드리고, 지역 바자회를 위해 목도리를 떠서 나누었습니다. ‘재미있고, 보람찼지만 너무 많은 양을 떠야 해서 힘들기도 했다.’라는 의견을 들었습니다.
이제는 별도의 지원 없이 자발적으로 회비를 모으는 만큼 배우고 싶고, 만들고 싶은 물건을 만듭니다. 정기적으로 수다 떨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나를 위한 모임’에 참여하며 지난해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자신을 위한 시간을 모임에서 보내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는 뜨개 모임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모임의 주인이 되실 수 있도록 도우며 함께하려 합니다. 그러다 보면 모임에 대한 소속감이 생기고, 어느 순간 마을을 위한 활동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때가 올 것 같습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때를 앞당기기 위해 모임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제안하거나 독려하며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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