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생각을 묻고, AI의 답변으로 생각을 대신하는 시대.
우리는 언제부터 스스로 질문하고, 하나의 생각을 오래 붙잡고 고민하는 시간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을까요?
빠르고 편리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잠시 멈춰 나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책 한 권을 천천히 읽으며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직접 필사하고,
그 문장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각자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필사 모임을 기획하며 가장 먼저 떠올린 공간은 서점이었습니다.
책이 있는 공간에서 책을 읽고, 마음에 남는 문장을 옮겨 쓰며 이야기를 나눈다면 그 자체로 더욱 특별한 시간이 될 것 같았습니다. 책과 조금 더 가까운 공간에서 온전히 독서에 집중하고, 문장에 머무를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함께 읽을 책을 선정하는 과정에도 고민이 있었습니다. 여러 도서 후보 가운데 이번 모임의 주된 참여 대상인 중장년 여성들의 삶과 경험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자녀를 키우고 가족을 돌보며 살아온 시간, 그리고 어느덧 자신도 나이 들어가는 과정. 그 시간 속에서 단순히 나이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층 성숙한 어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을 담아 최종적으로 선정한 책은 『어른의 품위』입니다.
책을 통해 내가 생각하는 좋은 어른은 어떤 모습인지,
앞으로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함께 질문하고 이야기 나누고자 했습니다.
정답을 찾기보다 서로의 생각을 듣고, 그 안에서 새로운 질문을 발견하며, 나만의 생각을 조금씩 만들어가는 것.
그렇게 천천히 읽고, 쓰고, 나누는 필사 모임_마음에 문장을 쓰다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짧은 홍보 기간이었음에도 예상했던 인원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신청해 주셨습니다.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보내주신 분들 덕분에 더욱 기대를 안고 첫 만남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첫 회기는 김윤주 강사님과 아홉 분의 주민분들이 함께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고 필사하기에 앞서, 먼저 서로를 알아가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가장 먼저 각자의 이름이나 자스민, 캔디와 같은 별칭을 담아 나만의 명함을 만들었습니다.
서로의 이름과 별칭을 확인하며 조금은 낯설지만 즐거운 첫인사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필사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필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고,
나의 독서 성향을 알아보는 '북BTI'를 진행했습니다. 평소 책을 읽을 때 어떤 방식으로 읽는지,
나는 어떤 독서 성향을 가진 사람인지 간단히 살펴보며 나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가기 위해 옆 사람과 짝을 지어 요즘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것, 나를 웃게 하는 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짝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화 중에는 "요즘은 웃을 일이 별로 없다"고 말씀하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동안 어느새 환한 웃음이 번졌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함께 읽을 책의 내용과 연결해 '내가 기억하는 좋은 어른은 어떤 사람일까?',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을까?'라는 질문을 나누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전해주는 사람,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어른, 나이 듦을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사람,
잘못을 인정하고 먼저 사과할 줄 아는 어른.
서로 다른 경험과 생각 속에서 저마다 닮고 싶은 어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담아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한 문장을 직접 필사해 보았습니다.
한 문장 안에 담긴 각자의 바람과 다짐.
책을 읽고 문장을 따라 쓰는 시간이 단순히 글자를 옮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첫 회기를 마친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별 기대 없이 왔는데, 오길 잘한 것 같아요."
"좋은 시간인 것 같아요.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혼자서 두 시간씩 책을 읽기는 어려운데, 이렇게 함께 활동하니 시간이 금방 가네요. 역시 모임의 힘인가 봐요."
처음 만나는 자리의 어색함은 어느새 기대와 즐거움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문장을 따라 쓰고, 나의 생각을 꺼내어 나누는 동안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마음에 문장을 쓰다〉
앞으로 남은 다섯 번의 만남에서는 또 어떤 문장을 만나고, 어떤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요?
〈마음에 문장을 쓰다〉는 고강1동 제일문고에서 11월 2일부터 12월 7일까지 총 6회기에 걸쳐 진행됩니다.
이번 모임이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시작될 수 있도록 기꺼이 장소를 내어주신 고강1동 제일문고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책을 매개로 사람들이 모이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자리를 마련해 주신 덕분에 모임의 첫 시작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천천히 읽고, 마음에 새기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함께 만들어갈 앞으로의 시간.
남은 다섯 번의 만남도 기대해 봅니다.
- 2026년 수주팀 김혜리 파트너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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