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종합사회복지관

"돈 많은 백수요."

2022년, 마을에서 아이들과 놀이활동을 하던 중 장래희망을 물었을 때 한 아이가 들려준 대답입니다.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은 마음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아이들이 직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또 어떤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직업을 이야기할 때 연봉이나 안정성, 성공과 같은 말을 자주 합니다. 미디어에서도, 어른들의 이야기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준입니다. 그렇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즐거움, 무언가를 해냈을 때의 뿌듯함,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자부심도 직업을 선택하는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요?

아이들이 이런 이야기를 듣고,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고민을 루모스 봉사단과 함께 풀어보고자 준비한 활동이 아동·청소년 직업 탐색 프로그램「내일을 위해, 내 일과 만나다. 내일만나」입니다.


10월 2일, 「내일만나」의 첫 만남이 진행되었습니다.

홍보 기간이 짧아 아이들이 얼마나 모일지 걱정했지만, 다행히 13명의 아이들이 신청해 주었습니다.

이날 OT에는 11명의 아이들이 참여했고, 루모스 봉사단에서도 11명의 회원이 시간을 내어 찾아주셨습니다. 수주팀과 김혜리 파트너 활동가까지 함께하니 아이들을 1대1로 도울 수 있는 든든한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오리엔테이션의 첫 번째 활동은 나를 소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직접 만든 명찰을 들고 자신의 이름과 학교, 학년 등을 소개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아이들에게 한 가지 바람을 전했습니다.

 

지금은 학교와 학년,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하지만, 이번 활동을 마칠 때쯤에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도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이후 커리어넷 진로개발역량검사를 통해 현재의 자신을 살펴보고, 한국잡월드에서 체험하고 싶은 직업을 골랐습니다.

생각보다 긴 검사와 활동기록지 작성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루모스 봉사단 선생님들이 함께 문항을 읽고,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한국잡월드의 직업체험을 살펴볼 때는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이거 다 할 수 있어요?", "재미있겠다!"

 

아이들이 작성한 활동기록지에는 다양한 관심사가 담겨 있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소방관을 체험하고 싶은 이유로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어서"라고 적었습니다. 또 다른 아이는 항공기 승무원이 되기 위해 어떤 능력과 자격증이 필요한지 궁금해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도, 그 일을 하고 싶은 이유도 저마다 달랐습니다.

활동을 마치며 참여자들이 "주말에 또 봐요."라고 인사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을 알아가는 첫 시간이자, 마을의 아이들과 어른들이 서로 알아가기 시작한 시간이었습니다.


10월 10일 토요일, 드디어 한국잡월드로 향했습니다.

아침 8시라는 이른 시간이었지만 13명의 아이들이 모두 늦지 않게 모였습니다.

주말에도 아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루모스 봉사단 회원 8명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버스에 올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한국잡월드로 출발했습니다.

이날은 OT에서 관심을 가졌던 직업을 직접 경험하는 날이었습니다. 먼저 재능스펙트럼 검사를 통해 자신의 흥미와 특성을 살펴보았습니다. 이후 각자 선택한 직업을 체험하기 위해 체험관 곳곳으로 흩어졌습니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도 다른 체험실을 구경하며 새로운 직업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특히 직접 무언가를 만들거나 결과물을 얻는 활동을 좋아했습니다. 요리 체험을 마친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어볼 수 있어 좋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체험을 마치고 받은 요원증이나 자격증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체험이 쉽고 재미있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한 아이는 사격이 재미있었지만 생각보다 어려웠다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생명공학 연구소를 체험한 아이는 DNA 추출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을 기록했습니다. 직접 경험해 보니 생각과 다른 일도 있고, 몰랐던 재미를 발견하는 일도 있었던 것입니다.

 

이날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아이들 13명이 모두 함께 참여한 방송국 체험입니다. 당초 식사시간 때문에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었던 회차였지만, 봉사단 선생님들이 일정을 꼼꼼하게 확인해 주신 덕분에 모두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방송국의 다양한 역할을 맡아보며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서로 다른 역할을 맡아 함께 활동하는 과정에서 조금 더 가까워지는 시간도 되었습니다.

체험실 밖에서는 또 다른 활동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루모스 봉사단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체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식사와 소지품을 세심하게 챙겨주셨습니다.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즐겁게 체험하는 모습을 보니 기다리는 일도 보람차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아이들은 직업을 경험하고 있었지만, 어른들은 아이들의 새로운 경험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응원하는 기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직업 탐색의 기회였고, 마을의 어른들에게는 아이들과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잡월드 활동을 마치고 아이들이 작성한 기록지를 읽었습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 즐거웠다는 아이, 직접 만든 결과물이 기억에 남는다는 아이, 자신의 진로 적성에 대한 방향을 어느 정도 잡은 것 같다는 아이까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아직 꿈을 정하지 못했어도 괜찮습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궁금해하고, 새로운 일을 경험하면서 조금씩 알아가면 됩니다. 이제 「내일만나」는 다음 활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직접 만나고 싶다고 적어준 직업인들을 찾아보려 합니다. 활동기록지에는 구체적인 이름도 있었습니다. 요리사 윤남노, 축구선수 손흥민, 프로게이머 페이커, 유튜버 미스터 비스트까지!

 

모든 사람이 다섯 다리만 거치면 서로 연결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분들을 직접 만나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니 방법을 찾아보고, 어렵다면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다른 분들을 만나 아이들의 궁금증을 풀어보려 합니다.

 

우선 활동 이후에도 아이들과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지역 주민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와 관계가 있는 직업인, 해당 직업에 대한 풍부한 경험이 있는 분들까지 범위를 넓혀볼 생각입니다. 꼭 마을 안에서만 찾으려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어디에 계시든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이번 활동을 계기로 아이들이 자신의 주변에도 다양한 직업을 가진 어른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만남 이후에도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그분들은 어떤 이유로 지금의 일을 시작했을까요? 어떤 순간에 가장 보람을 느끼고, 어떤 어려움을 겪었을까요? 아이들이 직접 그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2022년, 한 아이의 "돈 많은 백수"라는 대답에서 시작된 고민이 올해 「내일만나」라는 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내일을 조금 더 넓게 상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아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합니다.

 

고강종합사회복지관과 루모스 봉사단은 아이들의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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