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까치울팀 부민주 사회복지사입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VR에 대해 아시나요?
VR이란 'Virtual Reality'의 약자로 가상현실의 한 종류를 뜻합니다. 보통 머리에 고글 같은 기기를 착용하고 손으로 쥘 수 있는 컨트롤러를 활용해 가상의 공간에서 어떤 체험을 하곤 하죠. VR 게임 같은 것이 많이 활성화 되고 있어 몇 번 경험해보신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고강종합사회복지관에서도 VR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요, 이번에 시청자미디어재단 미디어교육 공모사업으로 선정되어 어르신들과 함께 VR 제작 프로그램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르신과 VR. 핸드폰도 다루기 힘들어하는 어르신이 많은데, VR을 어떻게 교육하면 좋을까요? 천천히 그 이야기를 해보자 합니다.
이 사업의 이름은 '나를 만나러 갑니다'입니다. '나를 만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에릭슨(Erickson)의 심리사회적 발달이론에 따르면 노년기의 주요 쟁점은 '자아통합 대 절망'입니다. 자아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과거의 자신을 긍정하고, 현재와 미래의 나 또한 긍정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온전한 나를 이룩해야 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특히 과거의 나를 마주봄으로써 현재와 미래의 나까지 긍정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습니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앞으로 사용하게 될 이름표를 직접 만들어보았습니다. 또박또박 이름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나만의 이름표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내 장례식장에서 이런 말을 듣고싶다'는 내용을 덧붙여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참 즐겁게 살다간다, 좋은 사람이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어르신들……. 이런 꿈을 이루는데 이 프로그램이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네요^^
이후 옛날 풍경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빨래를 하는데 세탁기가 있을리 만무해서 얼음 깨가며 손이 꽁꽁 어는데도 빨래 한 이야기, 논밭에서 일하면서 메뚜기 잡아먹기도 하고 장화가 없어 고생하기도 한 이야기, 물 뜨러 다니며 펌프가 너무 신기했던 이야기, 캄캄한 하늘에 별똥별을 본 이야기, 밤에 석유등불 켜놓고 뜨개질 하고 수 놓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던 이야기, 놀던 이야기 등을 많이 풀어주십니다.
아무래도 고생한 기억이 크기 때문인지 힘들었던 이야기가 많고, 공감도 많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나서는 옛말퀴즈와 신조어퀴즈를 해보았습니다. 앞으로 함께하게 될 청년 자원봉사자들과 어르신들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느껴보고자 계획된 내용입니다.
하지만 옛말을 너무 고어(古語)로 가지고 왔는지, 어르신들도 모르는 경우가…….
의외로 신조어에 힌트를 드리니 잘 맞히셨습니다. 퀴즈를 내다보니 요즘 신조어들은 줄임말이 참 많더라구요! 복세편살, 소확행, 마상, 별다줄 등!
한바탕 웃으며 첫날의 수업은 끝이 났습니다.
두번째 시간의 몸풀기에서는 신문지를 길게 찢으며 손가락을 정밀하게 움직이는 훈련을 했습니다. 소근육을 활용해 머리를 깨워주는 신문지 찢기!
분명 제가 먼저 해봤을 때는 어려웠는데, 어르신들은 척척 해냅니다. 같은 신문지인데 이정도로 길게 잘릴 수도 있는건지 신기할 정도로 길게 잇는 분도 계시고, 빠르게 자르고 또 하나 완성해내는 어르신도 계십니다.
저번 시간에 기기 문제로 보지 못했던 VR과 신조어에 대한 영상도 보고, 옛날 이야기도 나눕니다.
노래 '홍시'를 따라부르고 '보릿고개'도 부르며 옛날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려봅니다.
이런 옛날 이야기들이 모이고 모여 나중에 VR로 제작될 거라니, 기대도 되고 어떻게 되는 건지 신기하기도 합니다.
어르신들께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며 홍보를 할 때 어르신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얘기하셨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갈 일이 없으니 너무 답답하고 힘들다고…….
비록 복지관에 올 때도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고, 말 할 때도 벗으면 안 되고, 1층에서 매번 체온체크와 손소독을 해야하지만 오랜만에 복지관에 모여 여러 손체조도 하고 얘기도 나누고 노래도 부르니 어르신들 얼굴이 한결 밝아지신 것 같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어르신들이 직접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며 이것을 VR로 제작하는 본래의 목적 외에도 어르신들끼리 소통하고 웃음짓고 활동하며 행복한 경험을 쌓는데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부민주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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